Table of Contents

이태원 클라쓰
‘몇 안되는 나의 인생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나는 사실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 더욱이 박새로이컷 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센세이셔널하고 영향력있게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드라마는 더욱 기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태원 클라쓰는 조금 달랐다. 물론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을 감옥에 가게한 거대기업의 대표와 후계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뻔한 클리셰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결말이 보이긴 하지만 웹툰이 원래 잘 나온 편이었는지 주옥같은 명대사들과 그것을 개성있고 더욱 와닿게 잘살린 배우들의 명연기가 너무 좋았던 드라마였다. 그리고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 모여있는 공간이었던 이태원에 걸맞는 센스있고 개성있는 의상들과 인테리어 분위기 그리고 대화 내용등은 이제 나의 청춘은 어느정도 시들었다라고 생각한 나에게 신선한 공기를 주는듯했다. 사실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면 꼭 20대 초반 혹은 중반의 젊은 청년들에게만 보라고 하고싶지는 않다. 나는 30대 40대 중반등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큰 신선함과 새로운 용기 그리고 도전하는 당시의 피가 끓었던 청춘이었던 그때의 모습을 회상하는데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물론 스토리는 솔직히 아주 대단하지는 않다. 그걸 풀어가는 연기와 연출에 좋은 평을 줄수있는것이지 결말을 어느정도 보다보면 충분히 보이기때문에 그렇게 감동적이진 않았던것 같다. 그렇지만서도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가 관심이 식지않았던 이유는 이 불완전함마저도 젊음이고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무엇하나 완성되지 않았고 열정만 있는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
첫번째장면
조현이가 돌덩이시를 읽어주고 그걸 들은 단밤의 주방장 마현이가 요리경연대회에서 1등하는 장면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을것이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딱 한가지 유지하고 있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난에 대한 일관된 태도이다. 그 고난이 가장 극대화되는 부분중에 하나가 꼭 이겨야할 경연대회에서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들켜 심리적으로 극도로 몰린 상태에서 당당히 고난을 마주하고 성장하면서 결국 경연에 승리하게 되는 장면이 바로 이부분이다. 사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정말 많았을것 같다. 분명 본인의 얘기는 아니었을지라도 본인의 모습을 투영하여 고난에도 결국 일어서는 자신의 모습을 꿈꿨을 사람들도 많았을것이다. 참고로 나도 그랬다.
두번째 장면
두번째장면도 마현이에 관련한 장면이다. 단밤의 주방장을 맞고 있지만 음식을 못하는 마현이는 매니저를 맞고있는 조이서에게 크게 혼이나게 된다. 남의 감정을 쉽사리 공감하지 못하는 조이서는 마현이를 퇴사시킬것을 박새로이에게 강요하게 된다. 박새로이는 큰 결심을 한듯 마현이를 불러들이고 돈이 가득 담긴 봉투를 건내면서 말을 시작한다. ‘평소보다 두배 넣었다’ 라고 말을한다. 여기에서 진정한 리더라는것이 무엇인지 모두에게 다시 일깨워준다.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 혼을 내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오히려 돈을 더주며 박새로이는 말한다. ‘여기가 좋다면 더 노력해줘’ 라고 말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올뻔했다. 물론 자르지 않을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랫사람에게 이정도로 믿음을 줄수 있는 사장이라니 너무 멋있었다. 지금처럼 경쟁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 사람을 챙길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을것이다. 그래서 더욱 꿈같았다. 너무 설레고 행복한 장면이었다.
세번째 장면
세번째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새로이와 아버지가 술을 먹는 장면이다. 박새로이는 전학간 첫날에 같은반 학우를 괴롭히는 장근원을 때리며 결국 퇴학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밤 아버지는 박새로이에게 어른들과 술을 먹는법을 가르쳐주며 맛이 어떠냐고 묻는다. 박새로이는 아버지에게 ‘달다’ 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박새로이에게 ‘오늘하루가 인상깊었다는거야’ 라며 대답해준다. 이 장면은 정말 행복한 장면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서 일을 그만뒀고 아들에게 인생이란 어떤것이며 인생이 쓴맛을 상징하는 소주를 함께 먹는다. 아버지는 드라마 초반에 죽기는 하지만 나오는 내내 아들인 박새로이를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준다. 절대 혼내지도 않고 박새로이를 질타하는 장면도 없지만 그런 아버지를 보며 박새로이는 미안함과 더불어 성장한다. 비록 드라마지만 만약 정말로 박새로이같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 아버지의 ‘계속 그렇게 살아 아들.’ 이 한마디때문에 꺽이지 않고 인생을 살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